전체 글17 오늘도 나를 안아주는 작은 시도들 밤이 깊어지면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문득 멈춰 서서,‘왜 나는 이렇게 무겁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요즘 그런 시간이 잦아졌다.크게 아프거나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늘 가라앉아 있었다.그러면서도 나는 매일을 살아야 했고,그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해 아주 사소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오늘은 그런 나를 기록해두고 싶어 이렇게 일기장을 펼친다. 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요즘 가장 나를 괴롭히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그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밤이 되면 그 생각이 파도처럼 몰려와 나를 짓누른다.침대에 누워 휴대폰 불빛을 바라보다가.. 2025. 7. 24. 교실 창가에 머물던 웃음소리 나이를 먹어갈수록 유난히 자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무엇 하나 대단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은 그때의 일상.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속엔 순수한 웃음과 작은 설렘이 가득했다.가끔은 지금의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되찾을 수 없는 빛깔처럼 느껴진다.오늘은 그런 기억 중 하나를 꺼내 보려 한다.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시절… 교실 안에서 피어났던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웃음의 한 장면을. 운동장 한켠에서 번져간 장난그날은 봄이 오기 직전의 맑은 날이었다.교실 창문을 열어두면 서늘한 바람이 책장 사이를 흘러갔고,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갔다.나는 그때 내 단짝이었던 수진이와 함께 운동장 한켠에 앉아 있었다.둘 다 그날따라 달리기보다는 구경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운동장 가운데서는 남자애들.. 2025. 7. 24. 바람 따라 흩어진 생각들 가끔은 이유 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해야 할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은 채로,아무도 부르지 않는 길 위에 혼자 서 있으면 마음속 깊은 곳이 조금씩 풀린다.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머릿속이 뒤엉켜 있고, 마음이 무겁기만 해서나는 집 밖으로 나왔다. 특별한 목적도, 특별한 장소도 없었다.다만 걷다 보면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이 조용히 모양을 찾아갈 것 같았다.그래서 걸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그 길 위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이렇게 일기장 한 구석에 남겨둔다. 골목길의 햇살 속에서오늘은 이유 없이 마음이 답답해서 집을 나섰다.목적지도 없이, 단지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고 싶었다.집 앞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오후 햇살이 낮게 깔려 있었다.벽돌담에 부딪힌 빛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 2025. 7. 24. 바람이 기억을 데려온 날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여전히 선명하다.문득 스치는 바람, 낯익은 바다 냄새, 그때의 햇살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 한편을 흔든다.나는 가끔 그런 기억들을 꺼내 보곤 한다.분주했던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여행의 한 장면들을 다시 펼쳐 본다.오늘, 나는 오래도록 간직해 둔 그날을 꺼내 보기로 했다.아무 계획 없이 떠났던 봄의 끝자락,그곳에서 만난 바람과 빛, 그리고 내 마음을 다독여 주었던 특별한 하루를.바다 냄새가 묻어 있던 그 아침지금도 가끔 눈을 감으면 그날의 바람이 느껴진다.몇 년 전, 혼자 떠난 봄의 끝자락 제주 여행.아무 계획 없이 배낭 하나 메고 공항에 내려섰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숙소 창문을 열자마자 부딪힌 바다 냄새, 아직.. 2025. 7. 24. 그날을 잊지 못하는 이유 이상하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고, 평생 가슴에 남는 말이 있잖아. 나는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해. 그날은 별일 없던 오후였고, 햇살이 유난히 느리게 흘렀던 날이었거든.늘 그렇듯 집 앞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글을 쓰려다 말고 멍하니 창밖만 보고 있었어.사실 그때 난 꽤 지쳐 있었거든. 누구한테도 말은 안 했지만, 스스로가 별로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어.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쓴다고 할 수 없었고, 사람들과 연락도 뜸했고, 뭐 하나 똑바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았지.그런 날이었는데, 우연히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를 만났어. 그냥 잠깐 차 한 잔 하자고 했는데, 그 만남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어. 지금도 그때 그 자리, 그 목소리, 그 말투가 머릿속에 선명해. “너는 그냥 그 자체로 .. 2025. 7. 23.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콘만들기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지쳐 있었다.아침부터 휴대폰 속 알림이 쉼 없이 울렸고, 머릿속엔 해야 할 일들이 엉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해도 될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손끝이 근질거렸다.이런 날엔 오븐을 켜는 게 가장 좋은 위로가 된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싱크대 한쪽에 늘 준비해 둔 밀가루와 버터, 차갑게 식혀 둔 우유를 꺼내놓았다.가만히 재료를 바라보고 있자니, 별것 아닌 이 조합이 어떻게 나를 웃게 만들까 싶어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버터와 밀가루가 만나던 순간작은 그릇에 밀가루를 담고, 차가운 버터를 손끝으로 오물오물 부수듯 섞어 내렸다. 손가락 끝이 서늘해지면서도, 그 차가운 감각이 오히려 마음을 맑게 하는 듯했다.버터가 밀가루 사이에서 작은 콩알처럼 흩어지기.. 2025. 7. 1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