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 즉 고교학점제 개편안이 교육계와 학부모, 학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고1부터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진로와 적성에 맞춘 교육”이라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어려움과 불편함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그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개편안에는 어떤 변화들이 담겨 있을까요? 또 현장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고교학점제, 왜 개편이 필요했나?
고교학점제는 대학의 학점제 운영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학생 중심 교육의 확대, 진로 다양성 강화라는 장점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시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 교사의 부담 증가
최소 성취 보장을 위한 예방·보충 지도가 의무화되면서, 교사들의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가 폭증했습니다. - 학생 낙인 우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에게 ‘미이수’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오히려 학습 의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 학교 간 격차
대규모 학교나 도시권 학교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지만, 소규모·도서 지역 학교는 인력과 시설 한계로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컸습니다. - 학생부 기재 부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 분량이 많고 마감 기한도 촉박해, 교사와 학생 모두 부담을 호소했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교육부가 내놓은 것이 바로 이번 고교학점제 개편안입니다.
주요 개편 내용 살펴보기
1. 최소 성취 보장 지도 완화
기존에는 미이수 방지를 위해 예방·보충 지도를 5시수 이상 운영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이를 3시수 이상으로 축소했습니다. 즉, 1과목당 보충 수업이 줄어들어 교사들의 부담이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운영 방식도 학교 자율에 맡겨, 현장 유연성을 강화했습니다.
2. 학점 이수 기준 완화 논의
현재는 출석률 2/3 이상 +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과목 이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습니다.
- 안 1: 공통과목은 기존 기준 유지, 선택과목은 출석 기준만 적용
- 안 2: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 기준만 적용
다만, 이 사안은 교육과정 개정이 필요해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빠르면 2026학년도 1학기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출결 및 학생부 부담 완화
출결 관리는 과목 담당 교사와 담임교사가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습니다. 또, 학생부 세특 기재 분량은 1,000자 → 500자로 줄어들고, 작성 마감 시한도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연장되었습니다. 이는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에게 보다 여유로운 학습 기록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입니다.
4. 소규모 학교 지원 강화
도서·읍면 지역이나 소규모 학교의 과목 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사 인력을 추가 지원하고 온라인 학교·공동교육과정 운영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시도 간 온라인 학교 강사진을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되어 학생들의 선택권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5. 기초학력·진로 지원 강화
- 연말까지 국가기초학력지원포털을 구축해 기초학력 전담 교원을 확충하고, 학습 결손 예방 중심의 체제를 마련합니다.
- 중학교 단계부터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3 학생을 대상으로 과목 선택 모델을 개발해 ‘진로-선택-학업’의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 또한 진로 전담 교사가 학부모·학생 대상 설명회를 확대해, 제도 이해도를 높이고 불안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장의 반응과 비판
개편안은 분명 일부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판과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 미이수 제도 폐지 불발
교원 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미이수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 학점 이수 기준 완화 책임 이관
교육부가 학점 이수 기준 완화 여부를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긴 것도 논란입니다. 현장에서는 “책임을 회피한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 온라인 보충 실효성 논란
출석률이 저조한 학생들에게 온라인 보충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존 온라인 수업의 낮은 효율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 교원 정원 확보 구체성 부족
정원 확보 계획은 발표되었지만, 규모나 시점이 구체적이지 않아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이 남아 있습니다. - 근본적 구조 문제 미해결
입시 중심 구조, 고교 서열화, 평가 방식 불균형 등 더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손대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단기적 보완에 그쳤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을 토대로,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단순히 행정 절차나 수업 시간 조정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 중심 교육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장에서 수업을 이끌고 학습하는 주체들의 공감대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단기적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진로와 성장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교학점제는 한국 교육의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교육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경로와 진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개편안은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논란도 이어지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참여하며 보완해 나간다면 고교학점제가 본래의 취지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형식적인 제도 운영”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