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저출생 문제입니다. 인구 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부와 사회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아마도 당사자인 청년의 삶 속에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지난 9월 23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는 ‘청년의 삶에서 찾는 저출생 해법’을 주제로 한 청년총회가 열렸습니다. 국무조정실이 주최하고, 청년주간(9월 20일~26일)의 주요 행사로 마련된 이번 총회에는 청년들과 전문가, 그리고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청년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구 청년총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청년총회, 청년이 직접 말하는 정책의 장
청년총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청년 당사자가 직접 의견을 말하고, 정책 담당자와 함께 토론하며, 결과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자리입니다.
앞서 4월에는 수원에서 ‘청년 소상공인 창업’을, 8월에는 대전에서 ‘AI 시대 청년 교육과 역량 강화’를 주제로 청년총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대구 총회는 그 세 번째 자리로,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 가지 강연, 삶의 주기별 해법을 짚다
이번 청년총회에서는 전문가와 실제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서 청년들의 삶 속 현실적인 고민을 다뤘습니다.
-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 “청년 삶의 안정과 출산 결정의 조건”
최 교수는 출산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삶의 안정’을 꼽았습니다. 주거, 일자리, 소득 등 기초적 삶의 조건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 정성호 개그맨 –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돌봄과 일·가정 양립”
실제 다둥이 아버지로서 경험을 들려준 정성호 씨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부모가 겪는 돌봄 부담과 직장 내 제약을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특히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직장 문화와 제도적 한계가 저출생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은지 다큐멘터리 제작자 – “육아·경력 지속과 가족의 성장”
전은지 감독은 부모가 되면서 겪는 경력 단절 문제와, 그 과정에서 가족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지원 체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육아 부담이 사회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저출생 문제도 풀리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 세 강연은 단순한 학문적 담론이 아니라, 청년이 실제로 부딪히는 현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숙의 토론, 청년이 직접 찾는 해법
강연 이후에는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숙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주제는 “저출생 해법, 청년 복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청년들이 제시한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주거 불안 해소: 안정된 집이 없으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청년 전세, 월세 지원 정책의 실효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 일자리 안정과 미래 보장: 불안정한 고용과 불투명한 연금 제도가 청년의 미래 설계를 막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는 정책이 저출생 해법과 직결됩니다.
- 임신·출산기 건강·돌봄 지원: 임신 중 의료 지원부터 출산 후 초기 양육 지원까지, 청년 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일·가정 양립 제도: 육아휴직, 근무 시간 유연제 등 제도적 장치가 있어도 실제로 쓰기 어려운 직장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경력 단절 없는 육아 환경: 특히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 교육비·양육비 부담 완화: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가 높은 교육비와 양육비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런 논의는 청년들이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청년총회가 던진 메시지
이번 대구 청년총회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청년의 삶에서 답을 찾자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아이를 낳으라”는 캠페인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토대, 즉 주거·일자리·돌봄·교육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다시 확인된 것입니다. - 정책은 청년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청년의 참여가 형식적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번처럼 강연과 토론을 통해 청년이 직접 의견을 내고, 그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 지역 청년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총회가 대구에서 열린 것은 지역 청년들의 삶을 직접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저출생 해법은 서울 중심이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청년 경험을 담아야 제대로 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물론 청년총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정책 반영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정책 반영의 실효성 확보: 청년들의 제안이 법과 제도, 예산에 반영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 대표성 강화: 다양한 직종, 지역, 계층의 청년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참석자 구성이 중요합니다.
- 지속적 운영: 정기적으로 청년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 중앙-지방 연계: 저출생 정책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효과가 커집니다. 대구 총회는 그 첫걸음을 보여준 셈입니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출산 장려금이나 일회성 혜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삶 전반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번 대구 청년총회는 바로 그 점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청년의 삶에서 출발해야만 저출생 해법이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죠. 앞으로 이 목소리들이 정책으로 이어지고, 청년들이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는 사회적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