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는 전 세계 190여 개국 정상과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가장 큰 외교 무대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의례적인 회의가 아니라,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외교 비전을 선포하고, 국제 사회 속에서 자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이죠. 이번 유엔총회에는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도 참석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방문에서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요? 단순히 “연설했다”라는 뉴스 이상의 의미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많이 보입니다.
1. 기조연설에서 드러나는 외교 비전
유엔총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순간은 역시 각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입니다. 연설문에는 그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가 드러나기 마련이죠.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핵심 축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 전략인데요, 단계적으로 교류를 넓히고 신뢰를 회복한 뒤 비핵화로 나아가겠다는 실용적 구상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복귀한 나라”**로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 연대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는 국내 정치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메시지로, 한국이 단순히 한반도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고 글로벌 어젠다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기후위기, 인공지능(AI) 규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같은 국제사회의 공통 과제에 대한 발언도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연설 하나만 봐도 한국의 외교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죠.
2. 안보리 의장국 역할과 ‘AI와 안보’ 토의 주재
대한민국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 중이며, 9월에는 의장국을 맡았습니다. 의장국은 회의를 주재하고 의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외교적 존재감을 크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에 직접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통 외교부 장관이나 유엔대사가 맡는 자리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죠. 주제는 **‘AI와 국제 평화·안보’**였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서, 무기화 가능성, 사이버 공격, 정보전 등 국제 안보와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입니다. 한국이 이 문제를 안보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토론을 주재했다는 것은, 우리가 단순한 기술 소비국이 아니라 국제 규범과 의제를 선도하려는 국가로서 이미지를 굳히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디지털 규범, AI 윤리 논의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3.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메시지
유엔총회에서 빠질 수 없는 의제는 역시 한반도 문제입니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한국의 입장은 늘 주목받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실적인 접근법을 강조했습니다. “비핵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 → 축소 → 폐기’**라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죠. 이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체제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로, 긴장 완화와 대화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입니다. 국제사회에 한국이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고, 평화적 접근을 통한 긴장 완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4. 양자 정상회담과 다자 외교의 장
유엔총회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의 축제와도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양자 회담과 다자 만남이 이어지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일정에서 미국 의회 인사들과의 면담, 글로벌 투자자와의 대화,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만남에서는 무역, 환율, 관세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현안이기도 합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기후변화 대응 등 다자 어젠다에 관한 논의도 예정되어 있어,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 현안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5. 국제적 위상 강화와 ‘책임 있는 국가’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과 외교 행보 전반에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복귀했다”**는 메시지를 반복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단순히 경제적 파트너를 넘어서, 민주주의, 인권, 평화,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국가임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후변화, 인공지능 규제, 글로벌 불평등 해소 같은 보편적 의제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외교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행보입니다. 과거 한국 외교가 주로 한반도 안보 문제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국제사회의 핵심 현안에도 기여하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죠.
6. 국제사회의 반응과 향후 과제
물론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입니다. 한국의 제안과 메시지가 단순한 수사에 그칠지, 실제 협력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북한과 주변국의 반응,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 그리고 한국 내부의 정치적 역량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번 유엔총회는 적어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닙니다. 기조연설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전략 제시, 안보리 의장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의제 선도, 그리고 양자·다자 외교 행보까지 모두 한국의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총회에서 나온 말과 행동들이 앞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떤 파트너로 바라보게 될지입니다. 유엔총회라는 무대는 그 자체로 세계에 메시지를 발신하는 창구이자, 미래 외교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이 보여줄 행보를 지켜보며, 우리 외교가 단순한 참여를 넘어 국제 규범을 만드는 주도국으로 성장해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