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손끝에 남은 새로운 세계의 떨림

by 두둥실늘 2025. 7. 25.

오늘은 아침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평소처럼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 앞을 잠시 산책하면서도 마음속 한편이 괜히 설레었다. 사실 오늘은 내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친구의 권유로 처음 클라이밍이라는 것을 시도해보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운동을 한다는 것이 상상이나 해봤을까? 평소에는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삶에 뭔가 새로운 색깔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고, 그렇게 약속한 오늘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과 용기를 흔들어 깨우는 경험이 되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낯선 벽 앞에서의 떨림

클라이밍장 문을 열자마자 특유의 초크 냄새와 낮게 깔린 음악 소리가 나를 맞았다. 높다란 벽이 천장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 위에 다채로운 색깔의 홀드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벽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마치 무언가를 정복하듯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잠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내가 과연 저 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가슴 한쪽을 채웠지만,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뛰며 기대감이 올라왔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손에 초크를 묻히는 순간, 손바닥이 조금씩 건조해지며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처음 잡은 홀드는 생각보다 거칠고 단단했다. 발을 올리려니 망설여졌다. 하지만 아래에서 친구가 “천천히 해, 넌 할 수 있어” 하고 웃으며 외쳤다. 그 한마디가 묘하게 용기를 주었다.
작은 돌 같은 홀드에 발을 올리고, 손을 한 칸 더 위로 뻗었다. 팔과 다리가 서서히 긴장하면서도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나와 벽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무섭지만, 그 두려움을 조금씩 넘어서는 순간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벽을 오르며 발견한 나, 그리고 낯선 해방감

몇 번의 시도 끝에, 나는 점점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끝이 아파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왔지만,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도전하니, 아까 넘지 못한 구간을 손쉽게 넘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손바닥에 묻은 초크가 하얗게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어떤 훈장처럼 느껴졌다. 발을 옮길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몸의 무게중심을 잡아가며 한 칸 한 칸 나아갈 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벽의 중간을 넘어섰을 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높았다. 처음에는 그 높이에 아찔했지만, 곧 가슴이 시원하게 트였다. 내 두 발로, 내 두 손으로, 나 스스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벽에 기대어 있자니,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마치 내 안에 있던 오래된 두려움이나 불안 같은 것들이 천천히 풀어져 바람 속으로 흩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나는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

하루가 끝나고, 마음속에 새겨진 빛

클라이밍을 마치고 나오니 온몸이 묘하게 가벼웠다. 손끝이 아직도 약간 시큰거렸지만, 그 고통마저도 기분 좋은 흔적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나오자 해가 지기 전의 햇살이 부드럽게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써야겠다고. 벽을 오르며 느꼈던 두려움과 희열, 그 모든 감정이 아직 생생했기에, 잊지 않고 남겨두고 싶었다.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하는 지금, 창문을 열어두고 저녁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처음 시도한 클라이밍은 내 일상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벽을 오를 때의 그 두근거림과 땀, 그리고 그 순간마다 느낀 성취감이 아직도 내 안에서 반짝인다.

 

 

오늘 하루는 단순한 체험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나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제 조금 더 나은 나로 한 발짝 다가간 듯하다.

“언젠가 다시 저 벽을 오를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마음 깊이 간직한다.” 🌿💛

🧗‍♀️ 손끝에 남은 새로운 세계의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