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면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문득 멈춰 서서,
‘왜 나는 이렇게 무겁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요즘 그런 시간이 잦아졌다.
크게 아프거나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늘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을 살아야 했고,
그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해 아주 사소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오늘은 그런 나를 기록해두고 싶어 이렇게 일기장을 펼친다.
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
요즘 가장 나를 괴롭히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밤이 되면 그 생각이 파도처럼 몰려와 나를 짓누른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 불빛을 바라보다가도,
머릿속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맞는 걸까?’ 하는 물음만 맴돈다.
눈을 감으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그 질문들이 다가와 잠을 설친다.
아침이 되면 붓기 전 얼굴로 거울 앞에 서서,
어젯밤의 고민들을 괜히 숨기듯 웃어보지만,
그 미소 뒤에는 여전히 해답 없는 마음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음을 살짝 열어두는 연습
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시도들을 해보기로 했다.
하루 중 단 열다섯 분이라도, 내 마음을 위해 쓰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는 것부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 짧은 공기의 맛이 마음을 조금씩 식혀주었다.
다음으로는 매일 저녁, 집 앞 골목을 천천히 걷기로 했다.
어떤 날은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고,
어떤 날은 그냥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걷다 보면, 낮 동안 내 안을 뒤흔들던 고민들이
잠시나마 발걸음에 묻혀 흩어져 갔다.
가끔은 가까운 친구에게 아무 이유 없는 안부 문자를 보내보기도 했다.
“잘 지내?”라는 짧은 말 한 줄에 돌아오는 소소한 답장이,
내 마음에 작은 불빛을 켜주곤 했다.
그 작은 시도들이 모여, 내 안에 아주 조그만 숨구멍을 만들어주었다.
오늘도 천천히 괜찮아지는 중
물론 아직도 고민들은 내 곁에 머문다.
아직도 밤마다 깨어나 불안을 껴안은 채 누워 있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불안에만 매달려 허우적대지는 않는다.
이젠 그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저녁 바람,
골목길 가로등 아래 흔들리던 내 그림자,
그리고 친구의 짧지만 따뜻한 문자.
그 모든 것이 오늘도 나를 살게 한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이 작은 시도들이 모여 언젠가는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일도 아마 비슷한 고민을 안고 눈을 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적어두려 한다.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아주 작은 시도를 한다.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언젠가 나를 구할 것이다.”
